'사회적으로 민감한 광고라서 불승인'...성소수자인권단체, 인권위에 진정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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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7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인권단체들이 성소수자 단체의 지하철 광고 게시를 불허한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등 인권단체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사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광고 게시 불승인을 통보했다”며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광고 게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지개행동은 지난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앞두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란 문구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얼굴 사진을 담은 광고 게시를 서울교통공사에 신청했다. 무지개행동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 관련 광고는 ‘의견광고’에 해당하며 한 달 이상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통보한 후, 지난 6월11일 심의 결과 불승인됐다고 알렸다.

이들은 “공문을 통해 거부 사유 등 심의결과 공개를 요청했으나 서울교통공사는 외부 광고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10인 중 6인 반대로 불승인됐다고만 이야기하며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단지 성소수자 관련 광고라는 이유만으로 민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게시를 불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소수자 인권 증진의 필요성을 알리는 날을 맞이해 진행한 캠페인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성소수자 차별로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성소수자 사과(활동명)는 “지하철 광고에 얼굴이 나오는 게 저라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자신을 숨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나름의 응원이 되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고는 그저 수많은 성소수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고, 그들을 혐오하지 말라고 할 뿐인데 서울교통공사는 누구의 편에 서서 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차별과 혐오에 있어 중립을 지키겠다는 건 결코 중립도, 정의도 아니다”고 말했다.

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성소수자가 당신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문장 하나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광고를 불허하고, 민원이 들어온다면 환불 없이 광고를 내리겠다고 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조치는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하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5월 성소수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책 광고에도 게시 불가 통보를 내렸다. 경향신문이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의 2020년 광고 불승인·조건부승인 목록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여성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만화책 광고 신청에 불가 통보를 내리며 사유에 ‘동성애 만화’라고 적시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광고 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한 결과, 무지개행동이 신청한 광고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게시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며 “심의위원회에서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판단했을 때 6명이 반대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만화책 광고의 게시 불가 결정에 대해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가치판단이 있던 것은 아니고, 도안이 선정적이고 민원이 우려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의견광고 심의기준의 체크리스트는 ‘차별 및 편견·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가’ ‘성차별이나 비하·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 있는가’ 등과 함께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포함해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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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7, 2020 at 12:4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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