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블] 징크스 생길라, 노트20 흥행에 유독 민감한 삼성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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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3 11:01 | 수정 2020.08.23 12:27

노트7·S20 이은 '숫자 건너뛰기 네이밍'
"이번엔 꼭 성공했으면…" 노심초사
고가 사은품·보상판매 내걸고 마케팅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왼쪽)와 노트20.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20(노트20)’의 흥행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 회사는 이르면 9월초부터 노트20을 구매하는 고객의 구형 스마트폰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되사주는 ‘특별보상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노트10의 경우 일반 중고 가격이 50만원대, 갤럭시S10이 4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출시가 119만9000원인 노트20을 거의 반값인 60만원대에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직접 특별보상판매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1년여만입니다. 그동안은 국내 통신사의 중고폰 보상 서비스에 참여해 왔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사전예약 참여 고객에게 무선 이어폰 신제품 ‘갤럭시 버즈 라이브’ 등을 주고, 이달 말까지 노트20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갤럭시 버즈 플러스’ 무선 이어폰 등을 주는 등 2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사은품도 주고 있습니다.

통신업계에선 이런 삼성전자의 적극적 ‘영업 드라이브’를 보고 “삼성전자가 노트 20 흥행 여부에 상당히 민감해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이에 따른 상반기 실적 부진의 여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 분야의 매출이 20조7500억원에 그치면서 지난 3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4%가량 줄어든 탓이죠. 이 때문에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9.1%로 내려앉으면서 중국 화웨이(19.7%)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악재를 떨어내고 ‘턴어라운드’를 하려면 노트20의 선전(善戰)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사정에 밝은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제대로 모멘템(momentum·추동력)을 받아야 하반기 (스마트폰) 사업과 후속작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숫자 건너뛴 ‘노트7’, ‘갤럭시S20’, 그리고 ‘노트20’

더불어 삼성전자가 “네이밍(naming·이름짓기) 징크스에 민감해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노트20은 이전 모델인 노트10에서 중간 숫자 11~19를 쭉 건너뛰고 붙인 이름입니다.

이런 식의 작명(作名)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2017년 ‘갤럭시 노트5’의 후속작을 출시하면서 ‘6’을 건너뛰고 ‘갤럭시 노트7’을 출시했고, ‘갤럭시S10’의 뒤를 잇는 ‘갤럭시S20’을 올해 2월 내놓으면서는 역시 10번대 숫자인 11~19를 모두 건너뛰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숫자를 건너뛴 이전 두 모델이 모두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노트7은 배터리 발화문제로 출시 54일 만에 단종됐습니다. 또 갤럭시 S20은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저조한 초기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트20마저 판매 성과가 저조하면 “숫자 건너뛰는 네이밍은 망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제품의 이름을 결정한 경영진 입장에선 속이 탈 노릇입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그래서 더 “노트20는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거죠.

다행히 노트20의 첫날 개통량은 역대 최다인 25만8000여 대로, 전작인 노트10의 첫날 개통량보다 10% 정도 더 많았다고 합니다. 지난주까지의 판매량도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네요.

갤럭시 노트20가 그 ‘이름짓기’보다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의 높은 만족도로 오래 기억되는 제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백블]은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빨리 발음하기 위해서 쓰는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얼핏 봐서는 알 수 없는 각 이슈의 속사정을 이야기 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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